벽장속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벽을 긁는 소리와 아둥바둥 둔탁한 몸부림이 벽을 통해 전달되어왔다. 어딘가 발을 잘못 디뎌 벽장 안 벽과 벽 사이에 빠진 쥐가 분명하다. 그러한 끔찍한 소리는 몇일이나 계속되었다. 그때문에 방안의 공기는 비주기적으로 긴장감이 돈다. 소리가 멎고 이튿날이 되자 벽장 주위에서 악취가 스며들어온다. 점차 짙어지는 냄새. 그것은 부패의 냄새이며 죽음의 냄새이다. 열 살 때 돌아가신 큰아버지의 시신이 땅에 묻히기 직전에 맡았던 냄새가 떠오른다. 어떤것에게나 죽음의 냄새는 같나보다.
벽 너머로 뿜어대던 악취는 몇일이 지나니 사라져 버렸다. 그 악취는 죽기 직전까지 생을 위해 몸부림치던 에너지가 고스란히 육체에 남아 진동하였던 것은 아닐까. 수 일간을 벽을 긁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또 죽고나서 다른 수 일간을 악취로 자신의 소멸/휘발 을 알렸다. 벽 너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죽음의 문턱에 이르르고 소멸되는 그 잔인한 과정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쥐였을까? 그리고 그 쥐는 정말 죽은 것일까? 그 악취는 시체의 부폐에서 부터 오는것이 아니였을 수도 있지는 않을까? 경험에 의한 판단이 만들어낸 오류였던 것은 아닐까? 모든 것들은 벽 너머 보이지 않는 환상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벽이라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지점을 뛰어넘는 죽음의 알람은 정말 울려대고 있었던 것일까?
내가 느꼈던 것들이 내가 세운 가설, 즉 나의 환상 속에만 존재하였던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현실과도 함께 하였는지는 벽을 허물고 들여다 본다면 밝혀질 사실이지만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단지 중요한 것은 그때 그곳에는 현실과 환상의 교차점에서 삶과 죽음이 만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장 불안정하고 불확실함이 공존하는 순간이였다.







